법률사무소 유화 - 혼인의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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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770회 작성일 19-03-14 15:32본문
혼인신고 당시의 피고 병의 정신적 능력과 지능상태를 보면 피고 병에게는 사회관념상 부부라고 인정되는 정신적·육체적 결합을 생기게 할 의사능력은 결여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한 사례
1. 인정사실
가. 원고는 피고 병의 친형이다. 피고 병은 2015년 12월 29일 조립식철골 작업 중 추락하여 두개골 함몰, 분쇄, 복합성 개방형 골절, 양측 외상성 경막하 출혈, 양측 외상성 경막외 출혈, 외상성 뇌지주막하 출혈, 대뇌 타박상 등의 상해를 입고 수술 후 해운대백병원으로 옮겨 인지저하, 보행장애 및 일상생활동작수행 장애로 재활치료를 받고 있었다. 피고 병은 2016년 9월 13일 지적장애 3급으로 등록되었다.
나. 피고 을은 이 사건 사고 이전에 피고 병과 동거한 적이 있었는데, 2016년 11월 21일 피고 병이 입원한 해운대백병원에 찾아와 피고 병에게 혼인신고를 하자고 제안했고, 당시 피고 병의 가족이 없는 상황에서 피고 병만 데리고 나가 병원 인근의 주민센터에서 피고 병의 주민등록증재발급신청을 하여 임시신분증을 발급받고, 부산 기장군 00면 사무소에 방문하여 혼인신고를 마쳤다.
다. 이 법원의 피고 병에 대한 신체감정 결과에 의하면, 피고 병의 현재 지능은 매우 낮은 수준(전체 지능 69, 언어이해 70, 지각추론 82, 작업기억 75, 처리속도 78)으로, 피고 병의 지능은 정신연령 8~12세에 해당하고, 피고 병은 ‘혼인’ 또는 ‘결혼’의 개념에 대해 단어가 가지는 사회적인 의미나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특정 단어로서의 매우 제한적이고 사전적인 개념으로만 이해했을 가능성이 있고, 2016년 11월 18일 전반적퇴화척도 4점에서 l8년 11월 5일 중등도로 심한 인지 장애를 의미하는 5점으로 변화하였는바 피고 병은 2016년 11월 18일경부터 현재까지 전반적으로 낮은 기능 상태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였음을 알 수 있다.
2. 판단
민법 제815조 제1호가 혼인무효의 사유로 규정하는 ‘당사자 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란 당사자 사이에 사회관념상 부부라고 인정되는 정신적·육체적 결합을 생기게 할 의사의 합치가 없는 경우를 의미한다. 또한 의사능력이란 자신의 행위의 의미나 결과를 정상적인 인식력과 예기력을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 내지는 지능을 말하는 것으로서, 의사능력의 유무는 구체적인 법률행위와 관련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대법원 2002.10. 11. 선고 2001다10113 판결 등 참조).
나아가 혼인은 부부관계의 창설을 목적으로 하는 신분행위이고, 가족을 형성하는 기초가 되는 행위로서, 한 개인의 일생을 좌우하는 중차대한 결정사항인 점, 만 1.8.세에 다다르면 혼인을 할 수 있으나, 미성년자인 경우나 질병, 장애 등으로 인하여 정신적 제약이 있는 피성년후견인의 경우 부모 또는 성년후견인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점(민법 제807조, 제808조) 등을 종합하여 보면, 혼인의 합의를 유효하게 하기 위하여는 일반적인 재산상 법률행위에 필요한 정도를 넘어 상당한 정도의 정신적 능력 또는 지능이 있어야 의사능력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 위 인정사실 및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 병은 이 사건 사고로 정신적 능력과 지능이 상당히 저하된 상태에서 피고 을의 제안으로 위 피고를 따라가서 혼인신고서를 작성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피고들이 함께 면사무소에 가서 직접 혼인신고서를 작성하였고, 피고 병이 결혼의 의미를 피상적으로나마 이해하고 있었으며, 가령 피고들이 이 사건 사고 이전에 사실혼관계에 있었다고 하더라도(대법원 1996. 6. 28. 선고 94므1089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혼인신고 당시의 피고 병의 정신적 능력과 지능상태를 보면 피고 병에게는 사회관념상 부부라고 인정되는 정신적·육체적 결합을 생기게 할 의사능력은 결여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을이 이 사건 혼인신고 당시 피고 병이 피고 을의 ‘자기야, 내가 누구야? 응?’이란 질문에 ‘와이프’라고 답하고, ‘그래 그럼 나하고 혼인신고 하러갈까?’라는 질문에 ‘응’이라 답한 사실, 피고 을은 ‘그래 가서 혼인신고 하고 오자. 그래야 같이 살 수 있는 거야’라고 말하자, 피고 병이 ‘알았어’라고 말한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나 피고 병이 피고 을을 와이프라고 호칭하고 피고 을의 혼인신고 제안을 받아들이는 답변을 했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은 이 사건 사고의 정도, 사고 이후의 피고 병의 지능과 의사능력의 정도에 비추어 이 사건 혼인신고 당시 피고 병은 피고 을과 대등한 입장에서 혼인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이는데(실제 피고 을은 2016년 11월 29일 이 법원에 피고 병에 대해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하였다), 피고 병은 향후 피고 을과 대등한 관계에서 혼인생활이 불가능하다는 점에 대한 인식을 하지못한 채 피고 을의 주도하에 혼인신고에 나아갔다는 점에서도 이 사건 혼인신고 당시 피고 병에게는 사회관념상 부부라고 인정되는 정신적·육체적 결합을 생기게 할 의사능력은 결여되었다고 볼 것이다.
따라서 피고들 사이에 2016년 11월 21일 부산광역시 기장군 00면장에게 신고하여 한 혼인은 민법 제815조 제1호에 따라 무효다.
2019. 2. 28.자 법률신문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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